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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및 요양제도

중남미국가의 의료보장제도 도입

by 째달이 2023. 2. 26.

중남미국가들의 의료보장제도 도입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되었다. 중남미국가들 가운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0년대에 이미 사회보험제도를 완비한 국가들이 있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사회보험제도를 완비한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사회보험형태는 기본적으로 비스마르크형에 의거하여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험형이었다. 그런데 사회보험을 일시에 도입함에 따라 기업의 보험료 부담이 심하여 국가 경제의 성장에 제한을 주었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가족이나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중남미국가를 위시한 제3세계의 개발도상국가들이 서구에서 실시된 사회보험제도를 쉽게 받아들인 배경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국가의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유럽에서 실시된 많은 사회정책들에 대하여 본질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으며, 둘째,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서구의 식민지였던 관계로 서구의 문화적인 유산으로서 서구제도에 대한 친숙함이 있었다. 셋째, 이들 국가들의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관계로 서구제도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중남미국가들의 건강보험제도는 자국의 전통적인 민족 문화의 반영이라기보다는 외국으로부터 습득한 수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서구에서는 사회보험의 여러 제도가 시차를 두고 개발되었으나 중남미를 위시한 개발도상국들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서구의 사회보험제도가 좋다고 판단하여 수입한 관계로 의료, 연금, 실업, 산재 등의 4대 사회보험을 단계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모든 제도를 도입한 특징이 있다. 1950년에 사회보험을 도입한 대만도 의료, 연금, 실업, 산재를 노공보험으로 하여 하나의 제도로 통합하여 도입하였다. 

어떠한 제도일지라도 제도 도입에는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는 바, 이들 국가에서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강렬한 국민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정부의 일반재정으로 유지되는 전통적인 공중보건서비스로는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인 여건이 서구와는 판이하게 다른 이들 국가들로서는 자국의 여건에 부합되게 적용 인구와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내용 등을 법에 규정하는 방법으로 건강보험제도를 발전시켰다.

중남미국가들의 건강보험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시기인 1950년대를 전후한 생활 조건들을 보면 농촌 주민들의 낮은 생활수준, 도시주민의 최저 생계수준에 가까운 생활, 열악한 주거조건, 영양부족상태,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기인하는 전염성 질환과 불건강, 의료인력의 부족과 함께 대도시에 집중된 불균등분포, 병원 병상의 부족과 의료장비나 의료기술의 부족, 저수준의 공공행정능력, 경제의 불안정 등이 이들 국가들의 여건이었다.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중남미 국가들은 자국의 이러한 여건을 감안하여 자기 나라에 적합한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였기 때문에 서구국가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건강보험당국이 징수한 보험료로 병원과 같은 의료시설을 건립하고 의사를 고용하여 병원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며, 외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의사를 전임제 또는 시간제로 고용하였다. 병원건립을 위한 재원은 보험료 수입이나 국가의 보조금도 있었지만, 이들 국가는 건강보험과 함께 다른 사회보험도 도입하였던 관계로 연금보험의 기금에서 차입한 재정도 의료의 하부구조 구축에 큰 원천이 되었다. 중남미국가들이 보험제도 도입 초기에 의료서비스를 보험공단이 소유한 의료기관을 통하여 직접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였던 관계로 오늘날에도 이들 국가들의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공단 소유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의료서비스가 보험공단이 설립한 의료기관에 의하여 직접 제공되지만은 않고 많은 민간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의 제공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 건강보험의 적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였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강제 적용방식의 건강보험은 지역조건, 피부양자에 대한 이해나 피부양자의 범위 등의 문제로 적용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건강보험의 적용이 용이해지기 위해서는 자격관리의 용이성, 보험료 부과의 용이성, 의료자원의 적정 확보와 지역적 균점과 같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적용이 용이한 도시지역에 있는 근로자 계층부처 먼저 적용하고 다음 단계로 근로자의 피부양자에 대하여, 끝으로 자영업자에 대한 확대라는 단계적 방식으로 적용하였다. 그런데 많은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적인 제약과 의료자원상의 문제로 농촌주민에 대한 적용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있다. 농촌주민의 적용문제는 사회보험의 역사가 긴 국가들에 있어서도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정책적 과제로 남아있다. 

셋째, 피보험자가 건강보험 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질병금고나 보험공단의 이사회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점이다. 피보험자가 보험관리에 참여하게 되면 그만큼 보험재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보험료 부과가 용이해지거나 보험급여 관리가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중남미 국가들의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 도입 시기를 살펴보면 브라질이 1923년, 칠레 1924년, 아르헨티나 1934년, 에콰도르 1935년, 페루 1936년, 콜롬비아 1938년, 베네수엘라 1940년, 코스타리카 1941년, 파나마 1941년, 멕시코 1943년, 파라과이 1943년, 과테말라 1946년, 도미니카 1947년, 볼리비아 1949년, 엘살바도르 1949년, 온두라스 1952년, 니카라과 1955년, 우르과이 1960년 등이다. 중남미 국가들을 사회보험 발전 단계로 구분하여 보면 매우 선진화된 국가, 선진화된 국가, 초기단계의 국가로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매우 선진화된 국가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가 있으며, 이들 국가는 서비스 공급이 잘 조화되어 이용자에게 제공되며, 비교적 다양한 공급자에 의하여 높은 질의 의료가 제공되고 있다. 선진화된 국가들에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멕시코 등이 있으며, 서비스 공급의 조화를 시작하는 단계로 서비스 공급이 건강보험 적용자 그룹에 따라 다르며 재원조달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여 전국민에게 적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

초기단계의 국가들로는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등이 있으며 의료기관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여 여러 기관이 조화되지 못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보험의 적용인구가 제한되는 특징이 있다. 

중남미 국가들의 사회의료보험제도는 제도의 형태에 따라 세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현재에는 다른 양상이 되겠지만 중남미에서 제도가 출발하고 상당 기간이 지난 1980년대 후반의 상황을 보면 국가공영제로 하는 국가, 사회보험으로 하는 국가, 그리고 사회부조형 국가로 나누어진다. 

국가공영제형은 영국과 같이 국가의 일반재정으로 의료보장 재원이 조달되는 베버리지 모형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국영화되어 전국민에게 무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쿠바는 1979년 사회보험에서 국가공영제인 NHS제도로 전환하였으며, 니카라과는 1982년 사회보험에서 NHS제도로 전환을 하였다. 

사회보험형 국가들로 나라에 따라 제도 운영의 틀은 다르지만 의료서비스는 보건부와 사회보험에서 제공하고 있다. 보건부는 주로 공공보건서비스를 , 사회보험에서는 치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으며, 보건부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도 민간영리 분야가 있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전액 자비부담으로 하는데 코스타리카는 1971년 개혁을 단행하여 보건부와 사회보험청 간의 역할 분담을 이루었다. 즉, 보건부는 예방, 위생, 1차 진료를, 사회보험청은 모든 치료서비스를 전담하면서 의료기관을 사회보험청 소유로 하였다. 사회보험형도 질병금고에 의하여 분산 관리되는 아르헨티나형이 있고, 단일 관리하는 브라질형이 있다. 

사회부조형은 의료서비스를 주로 보건부가 설립한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조직을 통하여 무료로 제공하는 형태이다. 사회부조형 국가에서는 의료서비스에 관한 한 전국민은 권리로서 무료로 제공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믿고 있으나 자원의 제약으로 정부 소유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조직에 접근이 용이한 일부 국민만 적용받는 제한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서는 사회보험이나 다른 민간영리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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