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의 향상이라는 의료제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환자의 요구에 맞는 보건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의료의 질에 대해 적절히 보상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질에 대한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의료의 질을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건강결과에는 임상적 효과 외에도 삶의 질이나 소비자의 만족과 같은 것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료의 질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며, 느리지만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의 질에 대한 공개는 소비자의 인식을 높이고 환자의 인지된 선택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공급자가 의료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한국에서 병원신임제도는 1960년대부터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실시되어왔고, 1985년에는 병원표준화사업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의료의 질과 관련된 공식적 프로그램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의료의 질이 정책이슈로 되고, 제공되는 의료의 질적 수준이 유지되는지가 공식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의료기관인증원은 인증 과정에서 의료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제공 받고 있고 이 정보는 공표된다. 또한 응급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매년 450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질 평가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2000년 설립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 주된 기능을 의료의 비용에 대한 심사와 의료의 적정성 평가에 두고 있다. 즉, 건강보험급여에 있어서 비용 대비 효과성을 높이고 의료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법적 근거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심사평가원 2001년부터 의료의 질에 관한 정보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이를 웹사이트에 올려서 환자가 참고할 수 있게 했다. 2005년에는 성과가 좋은 기관만을 올렸으나 2006년부터는 성과가 좋지 않은 기관도 공표하기 시작했다. 그 후 평가항목은 계속 확대되었고 2009년부터는 각 병원을 5등급으로 나누어 발표하기 시작했고 38개 수술에 대해서는 평균비용, 재원일수, 환자당 간호사 비율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IT가 발달해서 이미 1990년대부터 전자청구(EDI)시스템을 발전시켰고 병원 내에서 이와 결합된 전자의무기록(EMR)이 사용되고 있었다. 2010년 현재 99%의 병원, 92%의 의원, 96%의 약국, 전체 보건소가 EDI에 의해 청구를 하고 있다. 환자는 주민등록번호로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이든 환자 단위로 연결이 가능하다. 이는 광범위한 질 지표의 산출을 가능하게 한다. 그 지표의 질적 수준이나 다루는 범위 그리고 시계열적 연속성과 시의성은 가히 세계의 선두 그룹에 있고 타국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하다고 평가된다.
심사평가원이 구축하고 있는 급성기 및 만성기 치료, 의약품 처방 등에 관한 질 지표 등은 구조, 과정 및 결과 지표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것도 시계열 데이터가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강점이다. 심사평가원에서는 이러한 행정적 정보를 보충하기 위한 조사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빠진 정보를 채우고 보고된 정보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의원은 이러한 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다. 또한 이렇게 광범위하게 구축된 정보가 의료제공자의 의료의 질의 향상을 위해 충분히 사용되고 있는지는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요한다. 취합된 정보가 의료제공자들에게 필요한 형태로 충분히 전달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2007년 심근경색과 제왕절개를 대상으로 43개 상급종합병원에 적용되기 시작한 가감지급제도는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과거에는 질을 고려한 지불은 거의 없었다. 양을 기준으로 하여 지불이 이루어진다는 것에는 모든 제공자들이 제공 가능한 최선의 질적 수준이 유지되는 의료를 제공한다는 전제, 또는 최소한, 제공자 간의 경쟁은 환자의 선택을 통해 제공되는 의료의 질적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한편으로 질을 평가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질에 대한 보상이 강조 되고 있다. 성과지불방식은 말 그대로 성과에 근거해서 의료제공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여기서의 성과는 구조, 과정 및 결과를 모두 포함한다. 성과지불방식은 제공되는 의료의 양에 따라 지불하는 기존의 봉급제, 행위별수가제, DRG, 인두제 등과 차별화된다. 한국의 가감지급사업은 다음 단계로 중, 소규모의 병원들로 참여를 넓히고, 적용 상병을 늘리며, 인센티브 적용수준을 조절해 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구자료의 정보와 의무기록 정보를 잘 결합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양질의 임상 질 지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게 되면, 이러한 질 지표를 의료제도의 투입 및 의료비에 관한 데이터와 결합하여 국가의료제도 성과보고서를 일정 주기로 발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다시 질 지표의 발전에 강한 촉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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